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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여름나기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던 시절

by 블하이 2025. 4. 14.

더위에 맞선 슬기로운 조선식 생존법


한여름, 에어컨없이 사는 건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100년전, 아니 300년전의 사람들은 어떻게 견뎠을까요? 조선시대에는 당연히 에어컨도, 선풍기도 아이스커피도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조선사람들은 놀라울 만큼 자연친화적이고 지혜롭게 여름을 났습니다.

그 비결은 바로 풍류와 기술사이, 조선다운 여름나기에 숨어있습니다.



조선의 여름나기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던 시절



1. 더위를 피하는 집의 구조


조선의 전통가옥, 한옥은 애초에 계절을 고려해 설계된 공간입니다. 한옥은 북쪽을 등지고 남쪽을 바라보는 배산임수지형에 지어지며, 여름에는 햇빛이 깊이 들지 않도록 처마가 길게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또한 여름철에는 대청마루가 주 무대가 되었습니다. 대청은
지면과 띄워져있어 바람이 잘 통하고, 통풍을 고려한 창호구조 덕분에 자연바람만으로도 꽤 시원한 효과를 냈습니다. 실내보다 마당이 더 시원한 경우도 많았기 때문에, 평상이나 나무 그늘 아래에서 낮잠을 즐기는 풍경도 흔했습니다.



2. 먹는 것으로 더위를 이기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계절에 맞는 음식을 통해 몸을 덮히거나 식히는 방식으로 건강을 관리했습니다. 대표적인 여름철 보양식으로는 삼계탕의 전신인 계삼탕, 초계탕(식초와 겨자를 푼 차가운 국물), 빙수가 있었습니다.

빙수는 얼음을 잘게 부순 것이 아니라, 겨울에 얼음을 저장해둔 빙고에서 꺼낸 얼음을 물에 띄워 마시는 방식이었는데, 이는 왕실이나 상류층의 특권이었습니다. 반면, 일반 백성들은 오이냉국, 콩국수, 수박, 참외같은 제철과일로 더위를 달랬습니다.



3. 자연과 하나되는 피서법


지금처럼 해수욕장에 가거나 워터파크를 찾을 수는 없었지만, 조선 사람들도 더운 날에는 물가를 찾았습니다.

한양 도성 근처에서는 청계천이나 한강변이 대표적인 피서지였고, 지방에서는 계곡 근처 정자에서 시를 짓고 다과를 즐기며 하루를 보내는 풍류가 일반적이었습니다.

조선의 선비들은 무더운 날, 탁족이라 하며 발을 물에 담그고 시를 읊는 행동을 즐겼고, 물결 소리를 들으며 더위를 잊곤 했습니다.



4. 시원하고 입고, 시원하게 생각하다



한복도 여름철엔 다릅니다. 얇은 삼베나 모시로 지은 옷을 입었고, 속에 받치는 옷까지 가능한 한 줄여 통기성을 확보했습니다. 여성들은 얇은 천으로 된 속적삼(속옷)을 입고, 겉에는 통풍이 잘 되는 치마를 걸쳐 무더위를 피했습니다.

또한 여름철에는 머리를 틀거나 얹지 않고 푸는 경우도 있었으며, 부채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신분과 개성을 표현하는 일종의 예술품이기도 했습니다. 화가들은 여름에 어울리는 풍경을 부채에
그려 넣어,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한 기분을 자아냈죠.



5. 밤에는 야외생활


무더위로 실내에 머물기 어려운 밤이면, 사람들은 밖으로 나왔습니다. 기와나 평상 위에 자리를 펴고 별을 바라보며 잠드는 야외숙면이 일반적이었고, 이웃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더위를 식혔습니다.

왕실에서도 더위를 피해 행궁이나 별궁으로 옮겨 여름을 보냈고, 지방 수령들 역시 관아 근처 시원한 곳에 임시 거처를 마련했습니다.



불편함을 견딘 것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 한 삶


에어컨 없는 여름을 상상하기 어려운 시대지만, 조선시대 사람들은 단순히 참는 방식이 아니라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방식으로 여름을 견뎠습니다. 더위를 피하기보단 더위속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한 결과였죠.

지금 우리가 더위에 짜증을 내고 전기요금을 걱정할 때, 조선시대 사람들은 바람을 즐기고 물을 품었으며 오히려 여름을 느긋한 계절로 받아들였습니다. 가끔은 조선식 여름나기를 상상하며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열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