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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죽음보다 더 궁금한 건, 장례 후 이야기다 역사를 보면 왕의 죽음은 하나의 큰 사건이다. "승하(昇遐)"라 불리던 조선 왕의 죽음은 단순한 개인의 죽음을 넘어 정치, 의례, 사회 전체에 걸쳐 대대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아는 건 거기까지다. ‘왕이 죽었다’는 뉴스 이후, 그 뒤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화려한 국장(國葬) 이후, 조정과 백성들의 삶은 어떻게 이어졌을까? 이번 글에서는 '죽음' 자체보다도, 그 이후의 풍경에 주목해본다. 왕의 장례가 끝난 뒤에야 비로소 시작된 진짜 이야기를 따라가 보자. 1. 애도 기간은 끝났지만, 정치는 계속된다조선시대 왕이 죽으면 곧바로 ‘국상(國喪)’이 선포된다. 왕을 위한 3년상(實際로는 약 27개월)이 시작되고, 나라 전체가 애도에 들어간다. 관리들은 흰 옷을 입고, 음악과 잔치는.. 2025. 4. 21.
궁궐보다 서민의 집이 더 궁금하다 – 조선 백성의 일상 재구성 조선을 다룬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으레 궁궐과 양반가의 고풍스러운 풍경이 중심이다. 기와지붕, 화려한 한복, 정갈한 예법. 하지만 조선의 대부분을 이뤘던 백성들의 일상은 어땠을까? 드라마의 화면 밖, 조선의 평범한 사람들은 어떤 공간에서 어떤 하루를 살았는지 궁금해진다. 이 글에서는 화려한 궁궐 뒤편, 조선 서민의 삶을 현실감 있게 재구성해본다. 1. 초가집이라는 생활 무대서민의 삶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은 단연 초가집이다. 볏짚으로 지붕을 엮은 이 집은 전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조선의 표준 주거 형태다. 초가집은 기본적으로 방 1~2칸에 부엌과 마루를 더한 구조. 방은 작고 창은 작거나 없는 경우가 많아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웠다. 요즘 시선으로 보면 불편함의 연속이지만, 그 .. 2025. 4. 20.
역사책에 나오지 않는 ‘비주류 영웅’ 이야기 역사책을 펼치면 늘 비슷한 이름들이 나옵니다. 왕, 장군, 정치가, 혹은 승리자들. 하지만 역사의 진짜 주인공은 그늘진 곳에서 싸운 이들이 아닐까요? 오늘은 주류 서사에 잘 담기지 않았지만, 묵묵히 시대를 바꾼 ‘비주류 영웅’들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이들은 기록보다 기억되어야 할 인물들입니다. 1. 여성 독립운동가, 남자현독립운동사 하면 흔히 유관순을 떠올리지만, 남자현(南慈賢)은 보다 과감하고 급진적인 행동으로 이름을 남긴 인물입니다. 1895년생으로, 만주에서 항일투쟁에 참여하며 일본 고위 관리를 암살하려 했던 여성 독립운동가입니다. 그녀는 한 손엔 권총, 다른 손엔 단두대 각오를 품고 살았습니다. 일본군에게 체포된 후에도 “나는 조선의 독립을 위해 죽음을 각오했다”고 당당히 말하죠. 하지만.. 2025. 4. 18.
같은 사건, 다른 기억 – 동아시아 삼국사 비교 역사는 과거의 사실을 기록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어떻게 기억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특히 한국, 중국, 일본처럼 지리적으로 가깝고 역사적으로 얽혀 있는 나라들은 같은 사건을 전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곤 하죠. 오늘은 대표적인 역사적 사건 몇 가지를 중심으로 동아시아 삼국이 어떻게 다르게 해석하는지 살펴보려 합니다. 1. 임진왜란 – 누구의 전쟁이었나?한국: 임진왜란은 명백히 ‘왜군의 침략’입니다. 조선이 외세에 맞서 싸운 민족 수호의 전쟁으로 기억되며, 이순신 장군의 활약은 전 국민이 아는 영웅 서사입니다.일본: 일본에서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출병' 혹은 '임진정유의 역'으로 불립니다. 이 전쟁은 일본 통일 이후 대륙 진출의 야망으로 해석되며, 히데요시의 무모함과.. 2025. 4. 18.
패션으로 본 조선: 한복에도 유행이 있었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다 똑같은 옷만 입고 살았겠지?”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지금처럼 SNS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조선에도 확실한 패션 트렌드가 있었다. 한복은 단순한 전통 의상이 아니라, 당시 사람들의 ‘스타일’이자 ‘사회적 언어’였다. 1. 한복, 그 자체가 신분증조선시대의 옷차림은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신분과 계급, 성별, 나이를 드러내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었다. 예를 들어 양반과 평민의 옷감부터 달랐고, 여인이 머리에 쓰는 족두리나 가체, 치마 길이 하나하나가 모두 ‘나를 설명하는 정보’였다.즉, 조선 사람들은 옷을 통해 “나는 누구다”를 말하고 있었고, 그 안에서도 ‘멋’은 분명 존재했다. 2. 조선에도 유행이 있었다?그렇다. 시대별로 유행이 변했다. 마치 지금의 Y2K, 미니.. 2025. 4. 17.
조선판 주 4일제? – 성균관 유생들의 스케줄 “주 4일 근무제”는 현대인들에게 여전히 꿈같은 이야기다. 하지만 놀랍게도 조선시대 최고 엘리트들이 모였던 성균관에서는, 이미 4일만 ‘공식 수업’을 듣는 체제가 존재했다. 과연 500년 전 유생들은 어떤 생활을 했을까? 1. 성균관은 어떤 곳이었나?성균관은 고려 말부터 조선 시대까지 운영된 최고의 국립 교육기관이다. 쉽게 말하면 오늘날의 서울대이자, 고시 학원이며, 동시에 고시원 기숙사 역할까지 했던 곳이다. 이곳에 입학한 유생들은 관리(관료)가 되기 위한 준비를 했다. 성균관에 들어간다는 건 곧 출세의 길로 들어선다는 의미였고, 그만큼 그곳의 생활은 남다르게 체계적이었다. - 성균관 유생들의 일주일성균관에서는 유생들의 학습 일정을 주 4일 체제로 운영했다. 조선시대의 공식 행정력인 '관부력'.. 2025. 4.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