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39

왕보다 부자였던 조선 상인들, 실록에 없는 경제이야기 실록이 외면한 조선의 경제 엘리트들조선시대는 유교적 질서를 근간으로 한 사회였다. ‘농업은 근본, 상업은 천시’라는 인식이 뿌리 깊었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왕조는 유교를 앞세웠지만, 시장은 자본의 논리로 움직였다.조선 후기, 일부 상인은 왕보다 많은 부를 쌓았고, 은밀하게 권력과 손을 잡기도 했다. 실록에는 조심스레 언급됐지만, 경제의 주도권은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다. 1. ‘돈의 시대’는 이미 도래했다조선 후기로 갈수록 화폐 유통과 상업 활동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전국 곳곳에 장시(場市, 5일장)가 생겨나고, 상업 중심지였던 평양, 개성, 의주, 한양은 새로운 돈의 허브가 되었다.특히 개성의 송상(松商)은 조선 상업사에서 독보적이다. 그들은 포목·인삼·쌀을 중심으로 전국 유통망을 구축했.. 2025. 4. 23.
기록되지 않은 사람들: 구술사로 본 한국 현대사 말로 남긴 기억, 문서 밖의 진짜 역사공식 기록은 언제나 단정하다. 연대가 정확하고, 사건이 명확하다. 그러나 그렇게 정제된 기록 뒤에는 수많은 ‘말’들이 있다. 공문서에도, 신문에도 남지 못했지만 누군가는 기억하고 있는 이야기들.구술사(口述史)는 그 잊힌 기억을 붙잡는 작업이다. ‘기록 밖의 사람들’을 발굴하는 방법구술사는 ‘말로 쓴 역사’다. 과거를 직접 겪은 이들의 육성을 바탕으로, 문서화되지 않은 경험을 기록한다. 구술 인터뷰는 대부분 일대일로 진행되며, 음성 자료를 텍스트로 전사하고 분석해 역사적 맥락 안에 배치한다. 이 과정에서 국가나 언론의 시선이 미치지 않았던 개인의 경험이 드러난다. 가령 민주화운동 당시 시위 현장에 있었던 무명의 노동자, 6·25 전쟁을 피난민으로 겪은 어린 소녀, .. 2025. 4. 22.
역사적 사건이 아니었다면 몰랐을 평범한 사람들의 기록 전쟁과 재난이 비추는 ‘비역사적 인물’의 존재감역사는 위인의 이야기로 채워지는 경우가 많다. 왕과 장군, 혁명가와 지도자의 이름이 교과서의 페이지를 장식한다. 그러나 전란이나 재난 같은 거대한 사건이 발생할 때, 평소 주목받지 않던 이들의 이름이 기록에 등장한다.그들은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역사책에 남지 않았을, 그 시대의 ‘평범한 사람들’이다. 전쟁이 남긴 이름들: ‘김달손’의 사례임진왜란 당시 영의정 류성룡은 《징비록》을 집필하며 여러 민간인의 행동을 기록했다. 그 중 하나가 경상도 밀양 출신의 농민 김달손이다. 그는 피난 중 굶주린 아이들에게 자신의 식량을 나누고, 부상당한 백성을 도왔다는 이유로 류성룡의 기억에 남았다. 김달손은 관직자도, 군사도 아니었으나 전란 속에서 보인 이타적 행.. 2025. 4. 22.
왕의 죽음보다 더 궁금한 건, 장례 후 이야기다 역사를 보면 왕의 죽음은 하나의 큰 사건이다. "승하(昇遐)"라 불리던 조선 왕의 죽음은 단순한 개인의 죽음을 넘어 정치, 의례, 사회 전체에 걸쳐 대대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아는 건 거기까지다. ‘왕이 죽었다’는 뉴스 이후, 그 뒤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화려한 국장(國葬) 이후, 조정과 백성들의 삶은 어떻게 이어졌을까? 이번 글에서는 '죽음' 자체보다도, 그 이후의 풍경에 주목해본다. 왕의 장례가 끝난 뒤에야 비로소 시작된 진짜 이야기를 따라가 보자. 1. 애도 기간은 끝났지만, 정치는 계속된다조선시대 왕이 죽으면 곧바로 ‘국상(國喪)’이 선포된다. 왕을 위한 3년상(實際로는 약 27개월)이 시작되고, 나라 전체가 애도에 들어간다. 관리들은 흰 옷을 입고, 음악과 잔치는.. 2025. 4. 21.
궁궐보다 서민의 집이 더 궁금하다 – 조선 백성의 일상 재구성 조선을 다룬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으레 궁궐과 양반가의 고풍스러운 풍경이 중심이다. 기와지붕, 화려한 한복, 정갈한 예법. 하지만 조선의 대부분을 이뤘던 백성들의 일상은 어땠을까? 드라마의 화면 밖, 조선의 평범한 사람들은 어떤 공간에서 어떤 하루를 살았는지 궁금해진다. 이 글에서는 화려한 궁궐 뒤편, 조선 서민의 삶을 현실감 있게 재구성해본다. 1. 초가집이라는 생활 무대서민의 삶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은 단연 초가집이다. 볏짚으로 지붕을 엮은 이 집은 전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조선의 표준 주거 형태다. 초가집은 기본적으로 방 1~2칸에 부엌과 마루를 더한 구조. 방은 작고 창은 작거나 없는 경우가 많아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웠다. 요즘 시선으로 보면 불편함의 연속이지만, 그 .. 2025. 4. 20.
역사책에 나오지 않는 ‘비주류 영웅’ 이야기 역사책을 펼치면 늘 비슷한 이름들이 나옵니다. 왕, 장군, 정치가, 혹은 승리자들. 하지만 역사의 진짜 주인공은 그늘진 곳에서 싸운 이들이 아닐까요? 오늘은 주류 서사에 잘 담기지 않았지만, 묵묵히 시대를 바꾼 ‘비주류 영웅’들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이들은 기록보다 기억되어야 할 인물들입니다. 1. 여성 독립운동가, 남자현독립운동사 하면 흔히 유관순을 떠올리지만, 남자현(南慈賢)은 보다 과감하고 급진적인 행동으로 이름을 남긴 인물입니다. 1895년생으로, 만주에서 항일투쟁에 참여하며 일본 고위 관리를 암살하려 했던 여성 독립운동가입니다. 그녀는 한 손엔 권총, 다른 손엔 단두대 각오를 품고 살았습니다. 일본군에게 체포된 후에도 “나는 조선의 독립을 위해 죽음을 각오했다”고 당당히 말하죠. 하지만.. 2025. 4. 18.